기년회로 2014년 정리하기

지난 연말연시에 회사 차원에서 한 해를 정리해보는 자리를 만들기로 하고, 무엇을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기년회(記年會)’라는 것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말 그대로 한 해를 기록해보는 짤막한 워크숍이에요.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계신 김창준님이 2007년 블로그에 쓰신 ‘망년회 대신 기년회‘ 글을 읽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회사 상황에 맞게 내용을 수정해서 90분짜리로 만들어서 해보았습니다. 그럼 어떻게 진행했는지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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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물: 포스트잇, 인덱스 카드와 링, 펜, 인덱스 카드 장식용 테이프(카드를 꾸미는 데에 쓸 수 있다면 어떤 것이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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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매뉴얼을 변형해서 진행용 큐시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미 작성된 매뉴얼을 보고 따라 하셔도 되지만, 자신의 언어로 번역(?)한 순서지를 가지고 있으면 단어들이 금방 금방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진행이 더 매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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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년회 시작 전에 디자이너를 따라 스트레칭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첫 일과로 워크숍을 하는 경우, 머리보다 몸을 먼저 깨어나게 해주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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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이라고 부르는 워밍업 시간입니다. 자신의 현 상태를 0부터 10까지의 숫자들 중 하나를 골라 적습니다. 0이면 정말 컨디션이 별로인 것이고(그런 분은 기년회 대신 소파에 파묻혀 쉬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10은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저는 8점을 적었는데, 아침에 약간 졸리기도 하고 출근길 미세먼지 때문에 조금 찝찝해서 2점을 깎았습니다. 원래는 체크아웃도 하는데, 이날 시간이 부족해서 생략했어요.

시작하기 전에 체크인을 하면 기년회에 참여하는 동료들의 상태가 어떤지 막연하게나마 알 수가 있어서, 진행을 할 때 완급조절을 하기가 좋습니다. 다들 영 표정이 별로다 싶으면 기년회고 뭐고 빨리 끝낸 다음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편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시작 전에 짧지만 스트레칭도 하고 체크인도 해서, 참여자들의 몸과 마음이 훨씬 더 준비된 상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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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을 합니다.

1. 각자 자신의 캘린더나 메일함을 열고 2014년 1월 1일부터 현재 시점까지 천천히 거슬러 올라오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봅니다.

2. 그러면서 의미있는 순간이나 사건을 발견하면 카드에 하나씩 적습니다. 가급적 많이 적어보세요. 사소한 것이어도 관계없고, 그저 나 자신에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적습니다.

3. 각 카드 뒷면에는 그것이 내게 주는 교훈이나, 내년에 반영하면 좋을 내용들을 적습니다. 이 또한 나 혼자만 알아볼 수 있어도 되니 캐주얼하게 적습니다.

4. 약 20분의 시간을 주고 빠르게 적도록 하면 사람에 따라 열 장에서 스무 장 정도의 카드가 나옵니다.

5. 그 중에서 각자 나에게 가장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세 장의 카드를 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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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뽑은,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카드 세 장씩을 링으로 걸었습니다.

1. 이제 동료들에게 자신의 카드 세 장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줍니다.

2. 자신이 뽑은 세 장의 카드는 소중한 것이므로, 준비해둔 색색의 펜이나 스티커 등을 이용해서 카드를 꾸며봅니다. (저희는 이 과정을 생략했는데, 디자이너 분들에게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주면서 뭘 꾸며보라고 자꾸 시키면 민심을 잃어도 크게 잃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3. 그리고 나서 각자의 방식으로 연초에 한동안 이 세 장의 카드들을 간직하도록 합니다. 책상 옆 벽에 붙여두거나, 배게 밑에 살짝 넣어두거나, 아니면 지갑에 넣어도 됩니다. 카드의 내용만 확인하고 ‘음, 그래 잘 알겠다~’하고 버리는 것보다는, 작지만 이렇게 의식(儀式)성을 더해주면 어쩐지 더 마음이 가게 됩니다.

4. 그동안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잘 살자고 서로 다독이면서 다음 기년회를 끝냅니다.

기년회를 하면 다음과 같은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
우선 포맷이 있기 때문에, 막연히 혼자서 회상을 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지난 한 해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내 동료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같이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서로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직장에서 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애인과도 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기년회를 연말에 하죠. 하지만 아직 2015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느낌이니 1월이 가기 전에 한 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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