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회사를 차리는 일

앞의 포스트에도 썼지만 저희 부부와 개발자 친구, 총 세 명이 모여 웹과 디자인 분야의 일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거창한 의미를 두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직접 해 보고 나니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하며 산다는 것이 저에게 여러가지 의미로 다가오더군요. 한국사회에서 점점 일과 일상, 건강, 개인적인 시공간, 가족, 친구 같은 것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아예 가족(그리고 친구)과 사업을 시작해서 그 모든 것들을 합해버리는 시도를 하고 있고 현재까지는 만족스러워요.

(생각해보면 인류가 수렵과 채집을 하던 원시시대 때부터 노동과 노동이 아닌 모든 것은 하나였고, 지금처럼 출근과 퇴근을 하며 살게 된 역사는 몇 백 년이 채 안 되었으니 일반적인 회사에 다니는 것보다 더 뼈대 있는(?) 시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아무튼 주변을 둘러보면 세상살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확실히 더 어려워지리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제 주변을 예로 들면 기업 다니는 친구들은 돈은 좀 벌지만 과로와 우울증도 옵션으로 달고 지내고, 비영리 영역의 친구들은 노동량은 많은데 기업에 비해 시스템이 덜 갖춰져 있어서 그것을 개인 차원의 헌신으로 메우려다 나가 떨어지곤 하죠. 프리랜서로 혼자 뛰는 친구들의 위기는 더 말할 것도 없겠고요. 그러니 어느 직장에 들어가도 지금의 이 일을 몇 년이나 할 수 있을지, 이대로 과연 인간답게 살 수 있을지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같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저희 셋이 놓여 있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조직에 있던 멤버들에게는 과로와 우울증이, 프리랜서에게는 외로움과 경제적 불안정성 같은 것들이 항상 곁에 있었고 ‘이대로라면 위험하겠군. 계속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은 좀 어렵지 않겠어?’ 하는 비슷한 느낌들을 서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런 방식으로 일을 시작해보니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해결이 되는 것들이 있어요.

2014-03-30-201403308.31.01.png

밥상을 치우고 나면 바로 둘러앉아 일을 합니다.

우선 정신적으로 훨씬 안정되는 느낌이에요. 일이란 것이 원래 좀 힘든 구석이 있기 마련인데 동료가 가족이고 친구니까 훨씬 더 견딜 만하게 됩니다. 물론 동료로서의 관계와 아내와 친구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매우 어렵기는 하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관계에서 오는 만족이 더 큽니다.

경제적으로도 더 안전하다고 느껴요. 저희는 셋이 같이 하는 일은 물론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외부 프로젝트의 수입까지 모두 한 통장에서 관리하고 공평하게 배분합니다. 그러면 설령 누군가가 슬럼프로 다소 부진한 시기가 와도 당사자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지는 않게 되지요. 일을 하다 보면 내가 때때로 좀 부진할 수도 있는데 그게 나에게 직격탄이 아니라는 사실이 생각보다 굉장히 큰 안정감을 줍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건강을 찾았다는 거죠. 아무래도 대인관계 스트레스와 노동시간이 줄어드니까요. 생활과 일이 하나이니 밥도 삼시 세끼 잘 챙겨먹습니다. (이 대목을 쓰는데 지난 몇 년간 수없이 시켜먹어야 했던 배달음식들이 떠올라 자꾸 눈물이..)

2014-03-30-201403308.35.24.png

반년 전까지는 감히 꿈도 못 꾸던 풍경. 집에서 밥 해 먹기.

아무튼 이제 한국사회에서 어떤 조직에 고용되어 일을 하며 사는 방식은
대체로 가족과의 시간을 보장해주지 않고
건강을 지켜주지도 않으며,
취미나 친구를 위한 여유를 보장해주지도 않습니다.
그런 것들은 이제 월급을 쪼개서 돈으로 사야 합니다.

앞으로 한 100년쯤 흐르면 모를까, 우리 세대가 일하게 될 약 40년 안에 한국사회에서 일과 일상의 균형을 이루며 살 수 있는 시대는 아마도 오지 않을 테니, 그럴 바에는 삼삼오오 자력으로라도 그런 균형을 만들어 살아가봐야죠.

http://www.huffingtonpost.kr/hanseong-kim/story_b_5058237.html?utm_hp_ref=korea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w

%s에 연결하는 중